왕비가 되기 위한 시련은 일단 종료할 것을 선언한 아누비스가 대신에 제시한 건, 사리피가 왕비 대리로서 공무를 수행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공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사리피의 존재가 널리 드러나게 된다는 것으로, 각지에서 엄청난 반발이 일어나는 건 피할 수 없었다. 각국에서 사신들이 계속 찾아오는 가운데 왕궁이 안팎으로 소란스러워지는 모습을 보고, 아미트는 사리피를 걱정해 그녀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고자 했는데.

사리피가 왕비 대리로서 하게 된 첫 공무는, 사브르에서 막 태어난 첫째 왕자 카루카라에게 축복의 의식을 행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왕비 카루라는 인간 여자가 소중한 왕자에게 손을 대는 걸 용납하지 못하는 모양이라 혐오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카루라 왕비의 책략 때문에 좀처럼 축복 의식을 진행하지 못하는 사리피의 앞에 자신이 어떻게든 해줄 수 있다며 나타난 사람은 넷째 왕녀 테트라였는데.

선민주의가 강한 세트의 사상은 종족 간의 분단을 조장하는 것이었고, 지금까지 레온하트가 만들어 왔던 평화로운 오즈마르고 왕국에 혼란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뿌리를 알기 위해 레온하트는 왕궁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그와 동시에 아나스타샤로부터 받은 일기를 가지러 가는 사리피 일행은, 쇠사슬에 묶여 있는 상처투성이의 마수 카펠을 발견했는데.